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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덮친 ‘대출사기’ KB도 35억원 뜯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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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3 댓글 0건 조회 34회 작성일 26-08-14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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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4곳이 총 490억원 규모의 부동산 허위 분양 대출 사기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범들은 미분양 상가가 분양이 완료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신한·우리·IBK기업은행은 12일 오후 일제히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는 2023년부터 지난해 사이에 일어났고, 피해 금액은 총 490억원에 달했다.
국민은행은 신규 공시였고, 신한·우리·기업은행은 종전 공시에서 사고 액수를 대폭 높여 다시 공시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 35억7790만원, 신한은행 173억4355만원, 우리은행 98억7000만원, 기업은행 182억2000만원이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은행 4곳은 분양이 완료됐다는 대출 서류에 속아 사기를 당했다. 사기범은 ‘가짜 분양자’를 내세워 분양자가 대출받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돈을 대거 가로챘다. 사기 지역은 대부분 수도권이고 일부 비수도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 행각에는 다수 부동산 시행사와 브로커가 개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 과정에서 시행사가 포함되면 건물을 짓기 전 준공 계획을 기반으로 취급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일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 사기는 건물을 모두 지은 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사기를 저지른 시행사와 브로커는 다수지만 몸통이 같을 가능성도 있다. 은행들은 담보물 매각과 채권 보전 조치 등으로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은행들이 대출 심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과정에서 물건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 멸종위기종 동물들을 국내로 밀수하고 판매한 조직이 서울동부지검 형사 제2부에 적발됐습니다. 이들은 세관을 통과하기 위해 동물들이 울음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입을 바짝 결박하고, 어린 개체는 철제 과자통에 욱여넣어 수화물에 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동물이 폐사하기도 했습니다. 멸종위기종 국제 거래 협약(CITES)으로 보호받아야 할 생명이, 돈이 되는 물건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검찰이 압수한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는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을 지난 6일 찾았습니다. 방역 소독을 마치고, 플래시를 끄고 무음 촬영 모드로 설정한 카메라를 들고 동물 보호 구역에 들어갔습니다. 사육장 속 코브라는 취재진을 보자마자 공격 자세를 취했고, 사람이 두렵다는 듯 통나무 속으로 순식간에 숨어버린 도마뱀은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기자를 응시했습니다. 보호소 동물들 눈에는 두려움과 경계심이 섞여 있었습니다.
촬영을 마치자 생태원 관계자가 말했습니다. “동물들이 너무 귀엽게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누군가 또 키우고 싶어 할까봐 걱정됩니다.” 인간의 이기심에 갇혀 고향을 잃어버린 생명들. 통나무 틈새로 내비친 작은 눈빛이 마음을 아프게 찌릅니다.
벽엔 가자지구 지도와 팔레스타인 국기, 이주민 한국어 교실 안내가 붙었다. 화장실엔 ‘모두의 화장실’이라는 표지판이, 현관문엔 ‘동물해방 없이 기후정의 없다’는 포스터가 달렸다. 칠판에 부착된 건 산촌영화제 포스터다. ‘자치와 자급’(이하 자자) 공간의 풍경이다.
지난달 29일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자자에서 채효정을 만났다. 그가 내민 명함의 직함은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이다. ‘후마니타스칼리지 해고 강사’이자 ‘강원녹색당 운영위원장’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활동가’다. ‘학벌없는사회’ 설립(2000년) 멤버인 그는 전국 단위의 단체 해산 뒤에는 광주 학벌없는사회 회원으로 남았다. 그가 요즘 붙잡은 화두는 ‘저항과 돌봄’이다. 이곳 자자도 ‘저항과 돌봄의 공동체’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자자는 2016년 책 읽기 모임으로 시작했다. 첫 책은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와 베로니카 벤홀트-톰젠의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 카페와 회원 집을 전전하다 이 공간을 마련한 건 2024년이다. 그는 “자본주의적인 소유관계나 운영 방식에 정면 도전하고, 체제 안에 있지만 체제를 반대하는 둥지 같은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는 “‘저항이 곧 우리의 돌봄이고 돌봄이 곧 우리의 저항’이라는 걸 보여줄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저항과 돌봄의 기치 아래 자자가 최근 주력하는 일 하나는 이주민 네트워크와 이주여성 쉼터다. 남편에게 폭력을 당한 이주여성이 자자에 잠시 보호를 요청한 적이 있다. 대피 공간을 찾던 중 음독 사건이 일어났다. 추가 조사를 하다가, 인제에 보호 체계가 미흡하다는 걸 알게 됐다. 지역 주민 뜻을 모아 이주여성 쉼터 설립에 들어갔다. 지난 지방선거 때 각 정당 후보들에게 쉼터 정책 제안을 했다. 선거 이후에도 당시 공동 제안한 단체, 개인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고 계속해서 쉼터 설립을 추진한다. 한국어 교실 이주노동자들과는 쉼터 설립 간담회도 참석하고,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도 나간다.
일상의 작은 일에도 ‘저항과 돌봄’의 정신이 들었다. 자자 회원들은 모임 때마다 같이 밥을 해 먹는다. ‘평화와 공존의 밥상’이라 이름 붙였다. 채식을 한다. 비건인 회원의 철학을 존중하려 내린 결정이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똑같은 밥을 먹으려 이 공간에선 채식을 하기로 회원들이 약속했다.
“우리끼리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는 공동체도 있지만, 사회 불평등에 균열을 내지는 못하죠. 자자를 만들 때도 계속 그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제일 재미있어야 해. 거기서 그치지 말고 우리의 돌봄이 저항이 되도록 하자’고요. 자기만족적이고 자기위안적인 공동체 운동을 하고 싶진 않았어요.”
이런 지향을 담은 연대 실천 활동 하나가 홍천군 화천면 풍천리 양수발전소 반대 투쟁이다. 양수발전소 건설은 2019년 공청회 같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결정됐다. 산촌에 살며 산농사로 먹고살던 평범한 이들이 8년간 투쟁을 해왔다. “양수발전소는 우리가 아는 수력발전소 용도가 아니에요. 핵발전소를 24시간 가동하려면 이 핵발전소의 유휴 전력을 써야 하는데, 그 전력을 강제로 쓰기 위한 장치가 이 양수발전소예요. 하부댐 물을 전기로 상부댐으로 끌어올리거든요. 어찌 보면 전기를 낭비적으로 쓰는 장치라고 할 수 있죠. 주민들은 거대한 전기 쓰레기장이라고 불러요. 생태 파괴의 규모는 너무 커요.”
발전소 부지가 된 잣나무 백년숲은 ‘100대 명품 숲’에도 선정된 곳이다. 산양, 수달, 하늘다람쥐 같은 멸종위기 및 희귀종도 산다. 이곳도 댐이 들어서면 모두 수몰된다. 이미 사전 이설도로 공사로 산 중턱이 파여 나갔다. 채효정은 “전국적인 차원에서 봐야 할 중요한 기후정의 운동의 현장 투쟁 최일선이다. 주민들이 쓸 전기를 생산하는 것도 아니다. 수도권 전기 수급을 위해 지역을 희생시키는 전형적인 지역 수탈 현장”이라고 말한다.
채효정은 3대 메가프로젝트도 지역 수탈 사례로 본다. 날 선 언어로 비판했다. “메가프로젝트의 실체는 한마디로 대국민 사기극이요, 경제적 공포정치죠.” 채효정은 캐나다 사회운동가인 나오미 클라인의 책 <쇼크 독트린>을 예로 들며 말했다. “노동을 통제하면서 전체적으로 미래에 대한 공포 심리를 주입하는 거죠. ‘일자리가 사라질 거다. 인간은 필요 없어질 거다. 일터는 인간 노동자를 필요하지 않아. 대체할 수많은 인공지능과 피지컬 AI 로봇이 있어. 휴머노이드 로봇도 이제 곧 나와’ 이런 얘기를 하면서요. 사람들 정신 줄을 빼고, 비상사태를 만들고는 차분하게 생각하고 민주적으로 논의할 겨를 없이 막 몰아치면서 ‘지금 민주주의고 뭐고 할 때가 아니야. 그런 거 다 하다가는 우리 다 망해’라며 비판 의견과 소수 의견들을 다 묵살하고 가는 거죠.” 기간제 4년 허용·주 52시간 제외 포함 ‘반노동 메가특구법’ 비판이 이미 나온다. 그는 “메가프로젝트는 지금 기술 파시즘의 형태로 구현된다”고 했다.
“AI 산업은 성장 위기에 봉착한 자본이 증시 등 금융시장 부양책으로 동원하는 측면이 큰데도, 제조업이든 뭐든 AI가 다 성장시키고, AI가 경제를 살릴 것처럼 몰아가는 일”이 그가 보기엔 사기극이다. “반도체 산업, AI 산업이 금융시장을 부양하는 또 하나의 촉매제이자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는 지렛대 산업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채효정은 금융 자본주의를 오래 연구해왔다. 그는 지금 1929년 미국 대공황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고 본다. “그때도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정치 엘리트나 금융 엘리트들이 ‘문제없다. 일시적인 하락일 뿐이다. (반등할 때마다) 이제 살아난다’ 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돈을 계속 끌어들여요. 이재명 대통령하고 비슷한 얘기를 해요. ‘사세요. 그것이 당신을 살리는 길입니다. 주식을 많이 사면 살수록, 안 빠져나올수록 주식시장은 더 커지고 더 안정될 겁니다. 당신은 돈을 벌 겁니다’라며 붕괴 직전까지 (투자를) 권유했어요.”
채효정은 2025년 9월 한국농정신문에 반도체 산단 호남 이전론을 비판하는 글을 보냈다. ‘왜 반도체 식민지를 지산지소라 부르는가’는 제목의 글은 1년 뒤 일을 예측한 글 같기도 하다. 경기도 용인 세계 최대 반도체 산업단지 대안으로 나온 호남 이전안에서 “전기를 멀리서 끌어오지 말고 공장을 전기 생산지로 이전하자”는 내용의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를 비판한다. 지산지소는 WTO 체제에 반대하면서 1990년대 일본에서 나온 말이다. 농민들이 아주 오랫동안 쌓아왔던 저항의 구호다. 그때 우리는 신토불이 운동을 했다”고 했다.
“농산물 수입 개방 반대 투쟁과 반세계화 운동과 연관된 농민운동의 용어, 저항의 구호를 끌어온 거지요. 반도체 생산기지를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건 세계적인 공급망의 하청기지로 지역을 편입시키는 건데, 지산지소의 가치관과 역행하는 데 이 용어를 갖고 온 게 화가 났어요.” 그는 대규모 반도체 산단 신규 건설 자체가 비판적으로 검토되지 못했다고 본다. “용인이냐 호남이냐 하는 입지 논쟁으로 축소됐다. 지역이전론은 지역균형발전론이나 지산지소론으로 포장되면서 반도체 공장의 유해성은 감춰지고, ‘반올림’ 운동 같은 반도체 산업의 위험성을 알려온 운동 역사도 다 소거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금융과 거대 자본의 지배’를 당연하게 여긴다. ‘정경유착’이란 말도 폐어가 된 듯한 분위기다. “옛날에는 (정경유착을) 하더라도 몰래 만났잖아요. 요즘은 ‘기자들 오시오’ 해서 얼싸안고 악수하고 우리는 친구니, 깐부니, 식구니 하는 걸 과시적으로 보여주잖아요.” 그는 홍세화가 2024년 4월 마지막 병상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 귀국한 1999년 ‘부자 되세요!’란 전광판을 목격한 일을 다시 떠올리며 한 말도 예로 들었다. 홍세화는 “(‘부자 되세요’라는) 그 흐름에 승복하고 말았구나 (…) 지금은 더 나빠졌죠”라고 했다. 채효정은 “지금 너무나 노골적으로 부끄러운 모습들을 드러내면서도 안 부끄러워하는 그런 시대가 됐다. 추악한 모습을 추악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게 큰 문제”고 했다.
채효정은 2026년 5월부터 금융위원회 규정 변경에 따라 만 12세 이상 미성년자도 부모 동의를 받아 가족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해진 점도 지적한다. “별말 없이, 반발 없이 조용히 지나갔어요. 과소비가 우려된다는 식의 우려만 조금 나왔고요. 12세로 낮춘 건, 더 많은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한, 신용을 일찍부터 창출해 금융시장 자원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인데도요.”
주식으로 돈 벌었다고 하는 이들은 과시한다. “예전에는 주식으로 돈 벌면 함부로 못 떠들고 숨기고 했는데, 요즘은 완전히 자랑거리가 됐어요. 투자의 귀재처럼 대접받고요. 지금 금융 엘리트들이 사회지도층이 된 시대죠. 방송 매체들도 경제학자보다 증권회사나 투자회사에서 투자전문가를 불러다가 경제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묻죠.” 학부모들은 ‘투자해서 돈 버는 법’을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가르치라고 요구한다. “금융 자본주의 역사는 언제 시작되었는지, 금융시장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금융 파생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위험성은 무엇인지 아무도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영 정치와도 이어지는 문제다. 채효정은 “윤석열이 메가프로젝트를 했다면 소위 ‘민주시민사회’가 난리 났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정부는 ‘삼성 공화국’이란 별명을 얻었는데, 지금은 ‘삼전닉스 공화국’이 된 것 같아요.” 그는 “진보 표방 정당들이 스스로 대기업 정당의 하청 정당이 됐다”고도 했다. “제일 큰 비극은 민주당이 왜곡된 지형 속에서, 진보가 아닌데도 진보의 상징을 차지한다는 거고요. 보수화·기득권화된 민주당 우산에 스스로 포섭되어 들어가려고 하는 진보정당인 척하는 정당과 인물들이 있죠. 이들이 진보정치에 대한 신뢰를 깎아 먹고, 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 봅니다.” 거대 양당을 두고는 “불평등 체제와 성장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려는 체제 유지 세력”이라고 했다.
채효정은 2016년 인제로 왔다. ‘탈서울’이 목적이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해고 전부터 이주 계획을 잡아뒀다. “해고 안 해도 떠날 사람인데 왜 해고를 해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해고 투쟁을 하게 만들었냐 했죠(웃음).” 이주해서 처음에는 블루베리 농사를 지었다. “여기저기 이주할 곳을 알아보고 다닐 때, 블루베리밭을 보러 갔다가 콩깍지가 씌어서 ‘여기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주를 이끈 지인과 정착을 도와준 동네 이장이 농사를 권했다. “그분들이 ‘농사를 지어야 주민들의 삶에 스며든다. (귀농 없이) 귀촌만 하면 겉돌게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생계를 하려고도 했죠.” “생태농으로 짓겠다고 마음먹고 정말 뼈를 갈아넣”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지만 농사는 잘되지 않았다. “억울함도 직접 당해보고 불합리한 것도 직접 절망하고 부딪히면서 농업과 농촌의 문제를 깨닫게 됐다”고 한다.
농촌은 “버려진 산업, 버려진 땅, 버려진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농촌은 산업 하부 구조예요. 폐기물도 다 농촌으로 오죠, 자본주의 생산 시스템을 떠받치는 하부 구조죠. 이 비용은 누구도 지불하지 않고요. 농민은 잉여 인구로 재규정되고요. ”
기후위기도 절감했다. 그는 “‘꽃시계’가 망가졌다”고 표현한다. 노인들은 어떤 꽃이 피는지를 보고 작물을 심는다. “지금은 꽃도 시간을 잃어버려 꽃으로 때를 알 수가 없어요. 옛날에도 홍수가 나고 가뭄이 들고 해도, 농민들이 거기 대응하는 비결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돼요. 할머니들은 살다 살다 이렇게 널뛰는 날씨를 처음 봤다고 해요.” “감자, 옥수수는 눈 감고도 심을” 노인들이 블루베리 농사 교육장에서 초보자로 질문하는 걸 보고는 “현타가 많이 왔다”고도 했다. “블루베리도 이 땅이 낯설고, 할머니 할아버지 농민들도 이 새 작물이 낯설”었다. 산업화된 농업에서는 생명과 교감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3년 만에 블루베리는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폐원 지원 작물이 됐다. 다음에 온 유망 권장 작물은 아로니아였다. 그는 신상이 금방 구식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농사도 손에 익을 만하면 새로운 작물이 낡은 작물을 밀어낸다는 걸 알았다. 채효정은 “부채 종속도 심하다. 빚내서 하라는 식으로 농정이 설계되어 있는데, 그것도 이제 막바지에 온 거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뭘 먹고 살지 하는 생각이 들죠. 차 안 타면 불편한데 살 수는 있잖아요.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의 사람은 삼시 세끼 밥을 먹어야 하잖아요. 자동차나 반도체를 뜯어 먹고 살 수도 없고요. 우리의 밥을 만들어내는 농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위기인데, 지금 사회가 이 위기를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위기감으로 또 다가오고요.”
채효정은 농업, 농촌, 농민의 ‘3농’을 포획한 3대 자본이 화석자본, 생명자본(농식품기업), 금융자본이라 말한다. 대안으로 농생태적 전환 중심의 ‘농(農)을 중심으로 한 체제전환 운동’을 제안한다. “사회운동하는 진보적 세력들도 체제전환 운동을 하는 동지들도 ‘농’의 문제는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 우리가 미래 사회를 구상할 때, 그 사회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하는 산업 사회는 아닐 거잖아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살고 싶은 세계는, 많은 사람이 농사짓고, 자연을 존중하고 공존하며 살아가는 곳이에요.”
정치학자 채효정은 ‘나는 급진 민주주의자’라고도 소개한다. 그는 “나한테는 홍천 양수발전소와 메가프로젝트 반대 운동, 비정규직 강사 투쟁, 기후정의 운동, 학벌없는사회 활동을 꿰뚫는 이념이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그는 “민중이라 불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삶을 바꿔 나가는 주체로서의 정치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그 민중이 하는 ‘평등의 정치’가 민주주의”라고 믿는다.
그에게 민주정치란 ‘훌륭한 사람’을 뽑는 대의정치가 아니다. “소수의 우월한 이들이 지배하는 정치, 귀족정치·엘리트주의와 정반대되는 사상이 민주주의”다. 그는 “지배하는 이들이 아니라 지배당하는 이들과 함께 싸우는 사람으로 살려고 한다”고도 했다. 지배당하는 이들, 저항하는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그가 곧잘 하는 말은 “채효정 사용권을 드립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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