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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에 취해 리밸런싱 미뤘더니…수익도 시장 안정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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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3 댓글 0건 조회 52회 작성일 26-08-1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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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11% 급등에 국내 주식 비중 ↑5월 말 기준 29.4%…목표치 두 배 수준매도 유예·한도 수정, 차익 실현 못해급락장 직격탄…‘변동성에 영향’ 지적일각 ‘지선 앞 정치적 부담 고려’ 제기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운 원인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함께 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의 운용 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증시 상승장에서 일부를 팔아 수익을 실현(자산 재배분·리밸런싱)하고 시장 과열을 완충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국내 증시 목표 비중과 허용 범위를 늘린 결과 수익률과 시장 안정이란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놓쳤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11일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 평가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1848조7000억원이다. 이 중 국내 주식은 543조6350억원으로 전체의 29.4%를 차지했다. 지난 2월 말 24.9%였던 국내 주식 비중이 불과 3개월 만에 4.5%포인트 높아졌다. 당초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4.9%였다. 이미 2월에도 국내 주식 비중은 기준치를 크게 웃돈 셈이다.
연기금은 통상 보유 자산이 목표 비중을 초과하면 일부를 매도하고, 목표 비중에 못 미치면 매수해 목표 비율을 유지하는 리밸런싱을 한다. 장기 투자자인 연기금이 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정한 규칙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을 한꺼번에 매도하면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유예했다.
국민연금은 이에 그치지 않고 5월 말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높이고, 전략적자산배분(SAA·중장기 목표 비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범위) 허용 폭도 확대했다. 전술적자산배분(TAA·시장 상황에 따른 단기 조정 범위) 허용 폭은 기존 ±2%포인트로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SAA 허용 범위를 ±6%포인트로 추정해 국민연금의 최대 국내 주식 보유 한도를 28.8%로 보고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6월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 좋은 장을 기준 때문에 포기하면 우리가 바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목표 비중이라는 규정에 따라 주식을 바로 팔면 수익률을 더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111% 급등하는 동안 리밸런싱을 하지 않고 국내 주식 목표 비중과 허용 범위를 조정하면서 운용 원칙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반기 상승장에서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일부 매도해 목표 비중을 맞췄다면 수익을 실현하는 동시에 과도한 상승세를 완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최근과 같은 하락장에서는 앞서 확보한 현금으로 저가 매수에 나섬으로써 증시 낙폭을 완충할 여력도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과 같이 중장기 목표 비중을 미리 설정해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는 시장이 과열되면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매도하는 등 결과적으로 시장 안정자 역할을 하게 된다”며 “국민연금이 상반기 리밸런싱을 유예하면서 시장 안정자 역할을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올 상반기 상승장에서 리밸런싱을 미루면서 수익 실현 기회를 놓친 결과 하반기 증시 급락 국면에서 손실을 키웠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월 마지막 거래일인 29일 코스피 종가(8476.15)와 당시 국민연금 국내 주식 평가액을 기준으로 지난 7일 코스피 종가(6258.77)에 따른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을 계산해보면 약 401조원으로 추산된다. 5월 말보다 약 142조원 줄어든 셈이다.
국내 주식을 제외한 다른 자산의 평가액이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전체 기금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9.4%에서 약 23.5%로 낮아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이는 목표 비중 아래로 내려온 수준이다.
2021년에도 SSA 범위 확대했다 이듬해 손실
국민연금이 운용 원칙에 손을 대 손실이 커진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21년 이른바 ‘동학개미운동’ 열풍과 증시 상승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 비중을 초과하자 국민연금은 SAA 허용 범위를 기존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확대했고, TAA 허용 범위는 ±3.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줄였다. 그 결과 2022년 국민연금 전체 수익률은 -8.28%, 국내 주식 부문 수익률은 -22.75%를 기록했다. 기금 전체로는 79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운용 원칙을 일관되게 지키지 못하는 것은 시장 상황과 여론, 정부 등 외부 변수에 흔들리기 쉬운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당연직으로 맡고, 복지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의 재가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명되는 구조다.
2021년 국민연금이 SAA 허용 범위를 확대했을 당시에도 정부 측 주장이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금융시장에 몰고 올 파장을 고려해 4년이 지난 2025년 4월 공개된 ‘2021년 3월 기금운용위 3차 회의록’을 보면 김용범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회의에서 “허용 범위 확대와 같은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가장 인상폭이 큰 1안(±3.5%포인트)을 밀었다. 기재부 2차관 출신인 김용진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잠정적인, 한시적인 한도 인상을 지지한다”고 힘을 실었다.
그러나 신왕건 당시 투자정책전문위원장은 “지난 10년간 국내 주식 허용 범위가 고정돼 주기적으로 허용 범위를 바꾸는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최근의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시사하는 것인지에 대한 심층적 분석, 전문적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구조적 변화 판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금 운용의 장기 전략적인 틀을 운용기간 중에 긴급하게 변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흠결을 가져오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당시 참여연대 몫으로 위원을 맡았던 이찬진 현 금융감독원장도 이 회의에서 “(기금 운용지침을) 개정하는 작업을 백그라운드 논거나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먼 훗날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제도의 신뢰 부분, 원칙 훼손 문제에 관해서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관한 문제를 신중하게 봐야 될 것”이라고 원칙 변경에 우려 목소리를 냈다.
전문가들 “국민연금 독립기관으로 운영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증시 활성화를 국정 핵심 과제로 내세운 데다 올해 상반기가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대규모 매도에 나설 경우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가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민연금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유예한 건 정치적 영향이 크다고 본다”며 “중기 자산 배분은 정치적 바람에 흔들리지 말라고 만든 제도인데 이 원칙이 깨지면서 국민연금이 누구나 건드릴 수 있는 연기금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은 독립기관으로 운영되는 것이 좋다”며 “여론에 떠밀려 운용 원칙을 어기게 되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의사결정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에선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CPPIB는 정부와 거리를 두도록 설립된 독립적 투자기구다. 구체적 투자 판단은 정부가 아닌 전문경영진이 담당하고 이사회가 이를 감독하는 구조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독립성을 높이려면 정부의 요구가 있을 경우 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기금운용위 구성과 위원 선임 절차 등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계의 투명성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민 경제개혁연구소장 겸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에서 빼 독립 위원회로 만들거나 별도의 회사로 공사화하는 방안, 기금운용위에 정부 관료들을 빼고 전문가를 보강해 전문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보강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 두 달간 9000선에서 6000선 초반으로 급격히 하락했지만 상장사 10곳 중 9곳의 주가는 오히려 이달 들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쏠린 ‘투심’이 꺾이면서 갈 곳 잃은 자금들이 비반도체 업종 및 코스닥 시장으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첫 거래일인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상장사 917곳 중 823곳(89.8%)의 주가가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주가가 떨어진 곳은 94곳(10.2%)에 그쳤다.
반도체 대형주는 힘을 쓰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2.4%, SK하이닉스는 -17.4% 떨어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최고점을 기록한 뒤 7월 말까지 각각 27%·41% 하락했는데 그 여파가 8월에도 지속되는 모습이다.
반면 GS건설(48.8%), 대우건설(32.3%) 등 건설주가 많이 올랐다. 두산퓨얼셀(35.9%), 삼성SDI(21.3%) 같은 2차전지 업종도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의 산업별 지수 가운데 ‘KRX 헬스케어 지수’가 20.2% 상승했고 철강, 에너지화학, 기계장비 관련 지수들도 1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은 더 활기가 돈다. 지난 4월 1200선에서 7월 말에는 600대 초반으로 반토막 났던 코스닥은 이날 6.97% 오른 854.47에 마감했다. 이날을 비롯해 8월에만 총 세 차례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급등세다.
코스닥 상장사 1732곳 중 이달 들어 상승한 종목은 1583곳(91.4%)에 달한다. 이 기간 상장사들의 등락률 평균값은 +13.2%로 코스피(+8.0%)보다 높다.
화장품 업체 ‘본느’의 주가가 LG그룹 창업주 가족이 인수한다는 소식에 8월 들어 269.7% 폭등했다. 전체의 60%에 달하는 940곳의 주가가 8월에만 두 자릿수 상승을 겪었다.
지난 6월과는 딴판이다. 코스피가 최고점인 9000선을 향해 숨가쁜 랠리를 펼치던 지난 6월 삼성전자는 5.4%, 하이닉스는 13.6% 오르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었다.
그러나 전체 상장사들로 시야를 넓혀보면 이 기간 주가가 오른 종목은 130개에 불과했고 793곳은 하락했다. 코스닥 소외는 더욱 심했다. 10곳 중 9곳에 해당하는 1532개 종목의 주가가 이 기간 하락했다.
그러나 7월 급락장에서 과도하게 빚을 내 투자한 이들의 강제매매 되는 ‘디레버리징’이 진행된 결과, 극심한 변동성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6월 말 58.9%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이날 기준 46.0%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삼전닉스’에 극단적으로 쏠려 있던 코스피의 착시 현상이 해소되고 자금이 소비재, 2차전지, 바이오, 방산 및 코스닥 시장으로 고르게 분배되는 ‘건강한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분간 개별 종목 위주의 장세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증시가 박스권에서 벗어나 추세적 상승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핵심 산업인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연간 100조원 이상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정책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중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밝힐 예정이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지수 반등은 곧 반도체 반등”이라며 “반도체 반등이 쉽지 않다면 지수 횡보 속 종목 장세로 넘어가는 구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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