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시골 주민들이 대통령을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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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3 댓글 0건 조회 36회 작성일 26-08-13 17:50본문
2012년과 2013년 경남 밀양의 시골 마을에 살던 고령의 농민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민주적으로 강행되던 송전탑 공사가 원인이었다.
신고리 원전단지에서 출발하는 76만5000V 송전선은 밀양 북쪽의 산골 마을들을 지나가려 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고령의 주민들은 산에 올라 나무를 껴안고 저항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수천명의 경찰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했다. 한전은 ‘특별지원금’이란 명목으로 막대한 돈을 뿌렸다. 그 돈은 평화롭게 살던 마을공동체를 서로 얼굴 안 보고 살 정도로 갈라놓았다. 그 상처는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런데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가 이런 일을 하려고 한다. 전남, 전북, 충남, 충북, 대전, 세종, 경북, 강원 곳곳에서 34만5000V 초고압 송전선들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이렇게 많은 장거리 초고압 송전선을 한꺼번에 추진한 적은 없다. 용인에 추진되고 있는 반도체 국가산단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금도 수도권은 전력을 자급하지 못하는 지역인데, 윤석열 정권이 2023년 3월15일 원전 10기 분량의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 국가산단을 발표한 것이다. 그 직후 발표된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는 무려 35개의 신규 34만5000V 송전선이 포함됐다. 34만5000V 변전소도 24개나 포함됐다.
34만5000V 송전선은 장거리 송전용이다. 지역 내에서의 계통연계 때문에 필요한 송전선이 아니다. 경남 밀양을 마지막으로 76만5000V 송전선은 더 이상 건설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지금은 34만5000V 송전선이 교류 송전선 중에서는 가장 전압이 높다.
정부와 한전이 수립한 계획에 따르면, 34만5000V 송전선의 총길이는 2023년 9994C-㎞(서킷킬로미터)에서 2038년 1만9284C-㎞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 그야말로 역대급 송전선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계획 단계이지만, ‘속도전’을 표방하고 있으니, 이재명 정부 후반부에는 전국 곳곳에서 ‘밀양’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런 송전선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전북 타운홀 미팅에서 ‘초고압 송전선을 건설해 전력을 외지로 보내는 방식은 가장 원시적’이라고 지적했다. 여러 차례 ‘전기도 지산지소(생산한 지역에서 소비도 이뤄지는 것)’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에 반도체 팹을 짓겠다는 구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윤석열 정권 때부터 계획된 초고압 송전선들을 그대로 강행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 원인이 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도 오히려 속도를 내겠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지산지소’를 말하는 대통령이 초고압 송전선을 역대급으로 건설한 대통령이 될 상황이다. 심각한 ‘유체이탈’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주민들의 얘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려고 하지 않는다. 송전선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타당성에 대해 논의하자는 제안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주민들과 잘 소통하고 있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데, 오히려 많은 주민대책위들은 여기에 분노하고 있다.
전국의 주민대책위들로 구성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은 8월6일 김성환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장관이 8월5일 일부 주민들만 간담회에 불러 송전선 강행 방침을 발표하는 데 이용했다는 것이다. 주민 소통을 가장해 ‘일방적 정책 추진’을 발표한 것이라면, 이는 불신만 키울 뿐이다. 갈등 해소는 고사하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이미 주민들은 기후부와 한전에 대해 강한 불신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서 7월30일 전남광주 해남에서부터 출발해 청와대로 올라오는 행진이 시작됐다. 초고압 송전선이 추진되는 경로를 따라 진행되는 행진이다. 8월20일 청와대를 찾아가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답변을 듣겠다는 것이다.
전기도 없는 용인에 반도체 국가산단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윤석열 정권의 잘못을 그대로 답습할 것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초고압 송전선을 강행할 것인지? 비수도권을 전력식민지로 만들고 송전탑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을 것인지? 이런 질문들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답을 듣겠다는 것이다.
비수도권에도 사람이 살고, 농어촌에도 사람이 산다. ‘모두의 대통령’의 ‘모두’에 수도권 주민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면, 이재명 대통령은 주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한 인천 부평구 동수초등학교 3학년 1반 교실에서 학생들이 새로 받은 2학기 교과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고리 원전단지에서 출발하는 76만5000V 송전선은 밀양 북쪽의 산골 마을들을 지나가려 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고령의 주민들은 산에 올라 나무를 껴안고 저항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수천명의 경찰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했다. 한전은 ‘특별지원금’이란 명목으로 막대한 돈을 뿌렸다. 그 돈은 평화롭게 살던 마을공동체를 서로 얼굴 안 보고 살 정도로 갈라놓았다. 그 상처는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런데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가 이런 일을 하려고 한다. 전남, 전북, 충남, 충북, 대전, 세종, 경북, 강원 곳곳에서 34만5000V 초고압 송전선들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이렇게 많은 장거리 초고압 송전선을 한꺼번에 추진한 적은 없다. 용인에 추진되고 있는 반도체 국가산단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금도 수도권은 전력을 자급하지 못하는 지역인데, 윤석열 정권이 2023년 3월15일 원전 10기 분량의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 국가산단을 발표한 것이다. 그 직후 발표된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는 무려 35개의 신규 34만5000V 송전선이 포함됐다. 34만5000V 변전소도 24개나 포함됐다.
34만5000V 송전선은 장거리 송전용이다. 지역 내에서의 계통연계 때문에 필요한 송전선이 아니다. 경남 밀양을 마지막으로 76만5000V 송전선은 더 이상 건설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지금은 34만5000V 송전선이 교류 송전선 중에서는 가장 전압이 높다.
정부와 한전이 수립한 계획에 따르면, 34만5000V 송전선의 총길이는 2023년 9994C-㎞(서킷킬로미터)에서 2038년 1만9284C-㎞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 그야말로 역대급 송전선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계획 단계이지만, ‘속도전’을 표방하고 있으니, 이재명 정부 후반부에는 전국 곳곳에서 ‘밀양’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런 송전선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전북 타운홀 미팅에서 ‘초고압 송전선을 건설해 전력을 외지로 보내는 방식은 가장 원시적’이라고 지적했다. 여러 차례 ‘전기도 지산지소(생산한 지역에서 소비도 이뤄지는 것)’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에 반도체 팹을 짓겠다는 구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윤석열 정권 때부터 계획된 초고압 송전선들을 그대로 강행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 원인이 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도 오히려 속도를 내겠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지산지소’를 말하는 대통령이 초고압 송전선을 역대급으로 건설한 대통령이 될 상황이다. 심각한 ‘유체이탈’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주민들의 얘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려고 하지 않는다. 송전선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타당성에 대해 논의하자는 제안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주민들과 잘 소통하고 있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데, 오히려 많은 주민대책위들은 여기에 분노하고 있다.
전국의 주민대책위들로 구성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은 8월6일 김성환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장관이 8월5일 일부 주민들만 간담회에 불러 송전선 강행 방침을 발표하는 데 이용했다는 것이다. 주민 소통을 가장해 ‘일방적 정책 추진’을 발표한 것이라면, 이는 불신만 키울 뿐이다. 갈등 해소는 고사하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이미 주민들은 기후부와 한전에 대해 강한 불신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서 7월30일 전남광주 해남에서부터 출발해 청와대로 올라오는 행진이 시작됐다. 초고압 송전선이 추진되는 경로를 따라 진행되는 행진이다. 8월20일 청와대를 찾아가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답변을 듣겠다는 것이다.
전기도 없는 용인에 반도체 국가산단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윤석열 정권의 잘못을 그대로 답습할 것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초고압 송전선을 강행할 것인지? 비수도권을 전력식민지로 만들고 송전탑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을 것인지? 이런 질문들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답을 듣겠다는 것이다.
비수도권에도 사람이 살고, 농어촌에도 사람이 산다. ‘모두의 대통령’의 ‘모두’에 수도권 주민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면, 이재명 대통령은 주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한 인천 부평구 동수초등학교 3학년 1반 교실에서 학생들이 새로 받은 2학기 교과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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